신농씨(神農氏)
이화은
콩 심은데 콩 나지 않는다고 초보 농사꾼 K가 단숨에 속담을 갈아엎는다 사연인즉, 이웃에 사는 비둘기 일가가 한 끼 식사로 간단히 해 치웠다는데 비둘기의 무분별을 탓하지 않고 속담의 거품을 쪼아대는 그가 마치 저 날짐승과 한 통속인 듯도 하지만 흙이건 어디건, 씨 뿌리는게 농사꾼인데 아들을 석 섬이나 추수한 그가 짐승 뱃속에 날콩 좀 심었기로
기왕 갈아엎은 속담 이랑에 또 뻔한 콩씨 뿌려 짐승 배 불러야 내 배도 부르다는, 한세상 어울려 살아가는 이치의 알곡 몇 말 건져 올려야 새벽의 정수리에 자루똥 누는 진짜 농사꾼 될 터인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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