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어느 날 바퀴벌레가 벽에 붙어서

벽지를 뜯어먹고 있는데

말없이 맨 손으로 바닥을 쓰시던

정신 나간 어머니 같을 줄은 몰랐다

있는 데로 약을 뿌려 떨어뜨린 뒤

흥건히 링겔 쏟아진 침대 위에서 바둥거리던

어머니를 닮은 뒤에야

신경이 쓰여 잠이 오지 않았다

키친타월을 흰 수갑(手匣)처럼 말아

바퀴벌레를 쓰레기 봉지 속에 넣은 뒤

3일이 지나서야 그 무거움이

손에 남아 저리 잠을 밀치고 있다

어머니 말년엔 어두컴컴하고 쓸쓸했는데

오랜 친구가 찾아와 울어도

말없이 바닥만 쓸었다

어딘가 가야 한다고 끝없이 일어나셨는데

그게 3일전 내 방 벽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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