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뇌가 녹아 바다가 되면

푸른 해초가 껄떡대고

노를 젓듯 안개가 다가오고

해는 제발 둥글고

퐁당퐁당 잠수하는 피라미들

떼를 이루어 지들끼리 놀고

밤과 낮은 달콤하게 섞여 들고

미지근한 그리움이 바위가 되고

밀려오는 파도에 주먹질 하고

수영선수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왕복하던 거북이는 취하고

오크나무 술통이 되고

뇌는 녹아 바다가 되고

갇히고 벗어나고 갇히고 벗어나고

몇 번이고 그러다 잊어버리는

머리 나쁜 파도가 되고

축축해진 머리를 베개가 감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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