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야기
부도난 캘리포니아 와우 피트니스 센터 2층 펍에서
기네스 맥주를 마신다
부도라면 우리 아버지도 냈었지
내 나이 열 살 무렵이던가
차압 딱지 바라보며 따듯한 우유 한 잔이 당기는 날이었지
300억인가 빚을 지고 사장이 날랐다는데
한국은 유독 나르는 것들을 싫어해
비행청소년이라 하고, 날라버렸다 하고,
300억이면 내가 신라 때부터 일했어도 못 모을 돈이겠지만
한 집안이 배를 내놓고
속 뒤집힌 양말처럼 뒹굴 때
그것도 300억과 크게 다르진 않아
평생 회원권 끊은 사람들 속이 꾹꾹 막혀서
숨 쉬기 운동이나 제대로 하려나 몰라
차압 딱지 붙은 역기 대신
퉁퉁해진 어머니라도 몇 번 안아드리면 운동 좀 되겠지
사람 없는 조용한 펍에
바닥을 드러내는 맥주의 이야기
어머니 돌아가시고
고향집엔 몇 번 가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