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해
해는 눈이 멀어 저렇게 밝은가
몇 번 몸을 털어 잠을 떨구고 일어선 개
개야 개야 둥근 개야
해는 눈이 멀어 저렇게 어두운가
잡지 속 광고에서 뜯어낸 B.B크림을 바르고
햇빛 속에 살을 들이밀어본다
살만 한가 살만
하면서 수없이 보아온 그 많은 강아지, 개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갔을까
눈이 멀어 보이지 않는 걸까
죽은 개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자외선 차단제도 선글라스도 없이 해를 맞는 개
아파서 깽깽대다 암이 걸릴지도 모르는 개
찌꺼기를 먹는 개
엄마 같은 개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서 살다 왔을까
구부러진 바늘처럼 동네를 꿰매고 다니는
울퉁불퉁하고 녹슨 표정의 개
햇빛 쬐러
무덤에서 나온 것 같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