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 삶는 밤

 

 

밤새 비가 내린다

새우깡에선 짐승의 머리가 나오고

참치캔에선 칼날이 나왔다고 한다

별들의 먹거리엔 예전부터 아슬아슬한 데가 있었다

먹을 게 없다고 물만 먹고 살아야겠다고 하지만

오늘 저녁도 나는 짜파게티를 삶는다

밤새 내리고

어린 시절 두 박스의 라면을 어깨에 지고

집까지 오는 길은 얼마나 당당했던가

누군가 내 어린 시절을 속였다

범죄자의 자식처럼 나는 오늘도 면발에 화학 스프를 첨가한다

태어나서 삼십 년

는 것이라곤 라면 삶는 기술뿐인데

비디오 테잎을 뒤로 감듯

뒤로 돌아 뛰라는 마라톤 코치처럼

그렇게 뉴스를 호루라기를 분다

내 혈관 속 트랙 위에는 녹슨 허들처럼

각종 화학 첨가물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트랙을 넘다 말고 비가 그친다

다 삶았다

비 멈춘 부활절에 계란도 없이

엄마, 아버지, 동생, 형들은

반찬 같던 식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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