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구겨진다

 

 

와그락, 책을 읽을 때도

바스락, 커피 주문하며 월급날을 계산할 때도

우두둑, 바싹 마른 보일러에 물을 보충할 때도

별들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린다

와그락, 바스락, 우두둑,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기도처럼

장단 맞춰 3음절로 구겨지는 소리

비 오는 날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는

부러진 나무들, 버려진 냉장고, 봄맞이 세일광고판과 달리

고개 숙인 사람에게 더욱 잘 들리는 소리

별별 구겨지는 소리

대기업 임원 수, 만큼이나 구름 가득하고

굽신굽신 아버지의 안달처럼 얇은 빗방울 분주하고

와그락, 바스락, 우두둑, 구겨지는 별소리

구겨지며 숨 쉬는 별들의 소리

비가 그친 밤하늘에는 구겨질 대로 구겨진 양말 벗으며

별들이 창백하게 웃고

아버지들은 또 우산을 버스에 둔 채로 내리고

팽팽했던 지구는 느슨하게 몸을 풀고

아까 그 나무들, 냉장고, 세일광고도 고개를 내리고

유독, 파란 물이 가득하다는 지구별에서는

잘게 구겨진 별들의 새끼가 끼룩끼룩 날아다니고

와그락, 바스락, 우두둑, 파도소리 들리고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파게티 삶는 밤  (0) 2008.04.07
우산  (0) 2008.04.07
녹두  (0) 2008.04.07
배고픈 달  (0) 2008.04.07
천사를 만난 아침  (0) 2008.04.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