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friend
베스트 프렌드, 한국에서는 줄여서 ‘베프’라고도 한다나.
단어에도 생명이 있다면 베스트 프렌드라는 놈(또는 년)은 얼마나 우스운 탄생인지 모르겠다.
친구란, 모두가 베스트 프렌드 아닌가?
친구란 말에는 이미 ‘나에게 베스트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베스트 프렌드가 아닌 그냥 친구는 무얼 뜻하는 말인지?
등수 매기는 인생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지
친구들에도 순위를 매겨서 순위 건에 든 친구들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는 건가?
베스트 프렌드와 일반 프렌드가 존재하는 양상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A(나)에서부터 선 하나를 주욱 긋고 A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베스트 프렌드의 순서가 매겨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구분하려면, 베스트 프렌드와 프렌드가 아니라
프렌드와 프렌드가 아닌 사람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림을 그린다면, A(나)라는 3차원의 ‘구’가 있고 나에게 ‘닿아있는’ 사람들을 친구
‘닿아있지 않은’ 사람들을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 구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베스트 프렌드라 부르는 사람들은 그냥 프렌드인 거고
사람들이 그냥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사실 친구가 아닌 거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한국 사람들의 이상한 점 중에 하나는, 자신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외국인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자고 ‘거래’를 하려고 하는 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너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너는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관계’를 ‘친구’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슬픈 풍경을 나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친구’라는 단어에는 이미 ‘나에게 최고인’, ‘소중한’의 의미가 들어 있다. 그걸 못 알아 먹고 아무나 친구고 편의점 대하듯 관계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베스트 프렌드라는 웃기는 말이 다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할 건, 친구가 아닌 사람들을 감히 쉽게 ‘친구’라는 말에 포함시키는 무신경한 자신을 꾸짖는 것과, 친구가 아닌 이들을 ‘우린 친구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진실에 대한 용기, 그리고 그런 친구가 아닌 이들을 마음 상하지 않게 호칭할 수 있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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