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동차
자동차를 한 대 산다고 한다
초여름 풀벌레처럼 날아다니는 자동차들 속에는
그녀의 자동차도 한 대 있는 것이다
저쪽에 꿀이 있대
깜빡깜빡 신호를 주며 좌회전해 날아가는 자동차들
그 중에는 가슴에 콘센트 자국 남겨 놓고
뽑혀져 나간 그녀도 있는 것이다
자동청소기, 자동세탁기, 자동문, 자동우산, 자동엘리베이터
자동적으로 자동을 좋아하는 여자들
숙녀가 될 즈음 여자들은 왜 서둘러 아줌마가 되려 할까
뭐야 꿀이 없잖아, 우왕자왕 붕붕거리는
봉천 사거리 자동차들 사이로
알바하러 온 대학생처럼 멀뚱거리며 지나가는 나
난 그게 아마도
천천히 아줌마로 변해가는 걸 견딜 수가 없어
스스로 급하게 아줌마 대로로 달려드는 걸 거라고
벌떼 사이에서 생각했다
시야가 흐릿하니 다 떨어진 눈빛으로
충전하러 들어간 편의점에서 아직 소녀 같은 여자를 바라본다
아직 뜯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며
겨우 마음 한 켠의 유리를 내린다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시끄러운 날갯짓, 퍼덕임
그녀의 무사고를 빌어야겠다
보험도 꼭 들라고
그래도 상한 꿀은 쫓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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