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제 곧 11 아니게 되는 시간

 

 

 

11

라디오에선 브라운아이즈 노래가 점점 나오고

창문을 열자 검청색 바람에 섞여

뚜껑 덮인 10대 소년, 소녀들이 욕하는 소리 들려온다

왜 애들이 욕하는 소리는 얇은 유리조각처럼 반짝일까

좀 더 좀 더 내 방을 밝게 해 줘

애들은 지들끼리 몰려 검청색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창문을 닫으려다 말고 라디오를 닫아버렸다

창문의 볼륨을 올리고 빨 주노초파, 전파 빨아들인다

검청색 모래가 얇게 오므려진 창문 사이로 흘러

11, 이제 곧 11 아니게 되는 시간

아이들은 말릴 새도 없이 몰려 사라지고

나는 말릴 새도 없이 이러고 있다

수면을 저으며 앞으로 나가는 가느다란 여인의 손처럼

11가 나를 젖고 지난다 차갑게

내 마음은 11, 그리고 곧 11 아니게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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