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훈이라고 쓴다.

 

 

 

Microsoft Word를 이용해

이 시대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라고 쓰려다

정면훈이라고 잘못 썼다.

사루비아 화단처럼 빨간 물결무늬가 글씨 아래 뜬다.

잘못 된 표현, 오타라고.

김원국

김성수

윤순례

김현국

우리 가족 누구 이름을 써도 오타가 아닌데

정면훈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오타다.

이 시대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라는 이름의 오타, 정면훈.

그렇게

Microsoft Word는 교육 받았다

어린 시절 내가

일제 시대의 민족 저항시인은

윤동주라고 밑줄 그었던 것처럼

믿음 없인 지옥 뿐이라던 옆집 아줌마의 쓰레빠처럼.

남의 일, 남의 이름이라고

프로그램이라는 하얀 막 뒤에서

제 멋대로 수근덕대며 쿵짝 맞추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정명훈이 아닌 정면훈이라는 사람이 궁금하여

인터넷 이리저리, 정면훈을 찾아보았다.

정면훈이라고 쓰여진 정명훈의 이야기들이 115개 정도.

정면훈이라고 쓰여진 정면훈의 이야기는 6개 정도.

아 이것 참.

오랜만에 초등학교 창가에 놓여있던

사루비아 화단 한 번 봐봤으면.

아니 차라리 그렇게 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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