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를 벗고 고양이 앞에 당당하려 애쓰며

 

 

 

 

 

팬티를 벗어놓고 빗소리를 듣는다

부엌 전등 밑에 달의 발가락 보이고

비가 무서워 웅크린 시계 바늘

밖에서 누가 불러 문 열어보니

고양이가 고추 든 채로 양양거린다

팬티 벗은 채로 새벽 모퉁이를 양양핥는다

우리 집 안방에는 친구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

내 방 맞은 편엔 새침한 여동생 방

- 여동생과 나는 한 화장실을 쓴다

커다란 냉장고엔 썰린 수박 한 덩이와 먹을 것 가득하고

친구를 불러와도 부끄러움 한 점

묻어있지 않은 깨끗한 집이다

라고 고양이에게 말한다

옥탑방 문간에 서서 중얼거리는 나를 밀치고

고양이는 빗속을 걸어간다

10년도 전부터 내가 갖고 싶었던 그런 집을 밀치고

말없이 지나가는 고양이

나도 그렇게 집을 나왔다 그런 집을 갖고 싶어서

어머니가 사다 준 마지막 팬티마저 지금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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