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6일 일요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

 

 

 

 

배를 기다리고 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커다란 1.5L 물 한 병을 사서 지니고

배에 오를 생각이다.

그게 있으면 배가 침몰해도 3-4일은 목숨을 연명하겠지.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어느 때인가 노아의 방주 이야기처럼

다들 배에 타고 지내야 할 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배의 개념이 바뀌 것이다.

이동이 아니라 주거.

 

아마 벌써 그런 배의 제작 계획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배값은 지금도 비싸지만 앞으로 더 비싸지거나

시장이 커질 것이다. 이처럼 순조롭게

빙하가 녹고 있으니.

탄탄 대양이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일터가 강남에 있다는 것.

그리고 광고 및 홍보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

그것은 2008년이라는 시간 중에서도 가장 앞쪽 끄트머리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내가 춘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면(춘천에서 학교를 다녀본 경험에 따르면)

2008년은 서울의 2008년보다는 좀 더 느리고 덜 현대화된

좀더 과거 같은 현재일 것이다.

오래된 유적지를 여행하는 것은 2008년인 지금

그보다 1000년도 전의 과거 시간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1000년 전 사람들이 밟은 그 사막의 모래를

현재에 밟아보는 일종의 시간 여행이다.

그런 면에서 비행기 대신 배를 이용한다는 건

여행의 도착지뿐만 아니라 여행의 과정 자체에서도

시간의 역행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런 뒷짐지고 걷는 여행에

핸드폰이나 첨단 전자기기를 갖고 다니는 건

피라미드 벽면에 대형 LCD모니터를 걸어두고 안내 방송하는 것 같은

행위다. 아마도 인류의 여행 역사상 가장 촌스러운 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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