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일요일 서울
서울역까지 가는 지하철을 기다림.
핸드폰을 두고 왔더니 오늘이 몇 일인지 기억나지 않음.
머리 속에 달력이 사라져 있음을 발견하게 됨.
이러다 머리 속에 뇌 대신 핸드폰을 넣어 다녀야 될 것 같음.
날씨는 간밤에 비가 내렸고
길은 젖어있고, 구름이 많고, 바람이 제법 불어옴.
불안하고 초조함.
설렘은 언제 느껴질지 기다리고 있음.
안정된 상태가 깨어지고
내 안에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짐.
어제 혹은 그저께
이 노트네 적어놓은 문장이 보임
“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완전히 떠난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데도
지하철 속 풍경은 조금도 아쉽지 않음.
특히나 지금 같은 새벽 전철 속 풍경은 더더욱.
지겨움에 지친 건지
지친 모습들이 지겨운 건지.
남대문이 불탄지 5~6개월 정도.
더 이상 사람들은 그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 않음.
물론 그 얘기를 끄집어내면 그때서야 가슴 아파하겠지만.
스스로 생각해서 여전히 남대문의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은 거의 없음.
나는 지금 서울역으로 향하지만
서울역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그곳 근처에
내가 한 때 좋아했던 여자가 다니는 회사가 있다는 것 정도임.
남대문이나 서울역이나.
사람들이 이민을 떠나면서, 서울 시청이나 경주 불국사 등을
아쉬워한다고 생각되지 않음.
자신이 이민 가고 이 나라를 떠나더라도 남대문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할 것이 아니면서도
그게 불탔다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하는 모습은
남대문이 감정적 대상이 아니라
가치적 대상이라는 증거로 보임.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유명한 랜드마크들,
예를 들어 에펠탑을 찾는 것은 그 장소가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님.
그곳 말고 다른 데 아는 곳이나 갈 곳이 없기 때문임.
유명한 장소에 가야 내가 다녀온 여행의 가치를
남들이, 그리고 자기 자신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임.
남대문이 불타고 난 뒤에
이렇게 불과 몇 개월 만에 까마득히 그 슬픔을 잊어버리듯이
물론 누군가 그 얘기를 끄집어내면 슬픔을 떠올릴 수야 있겠지만
그렇듯이 여행을 다녀오게 될 것이 두려움.
가치적 대상을 찾는 여행이 아니라
감정적 대상을 찾는 여행이 되길 기대함.
아하.
이제 겨우 기대감이 찾아오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