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일 화요일 신사이바시

 

 

 

정오에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다.

우산이 있어도 몸의 절반은 젖길 각오해야 할 정도로 퍼붓는다.

우산이 있는 사람도 마음이 급하지만

우산이 없는 이들은 비를 뚫고 이리저리 날뛰는 이리 같다.

불에 데운 프라이팬 위에 벌레들을 올려 놓았을 때의 모습 같다.

 

여행이 즐거운 점은, 가만히 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는 길을 멈춰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비를 뚫고 옷과 기분을 적시며 굳이 어딘가로 가야만 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가 오면 그냥 비가 오는 걸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비를 지켜보는 것도 즐겁지만

가만히 누군가를 지켜보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여행을 하다 새삼 깨닫는다.

서울에서는 때로 내가 누군가를 가만히 지켜보고 싶더라도

그 누군가가 가만히 있어주지를 않는다.

지켜보기 위해 따라가면 치한 취급을 받는다.

 

이 비는, 아무리 쳐다봐도

나를 치한 취급하지 않고

맨 몸으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무엇보다 인공 도시 속 삶 가운데에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14 - 혼자 있는 시간  (0) 2008.07.17
여행13 - 까페  (0) 2008.07.17
여행11 - 접촉  (0) 2008.07.16
여행10 -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착  (0) 2008.07.16
여행9 - 결국 같은 곳에서  (0) 2008.07.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