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체크무늬
귀고리를 잠시 빼어 귓구멍 속에 넣어본다
아 거기 계십니까?
귀고리를 선물해주었던 여자가 웅크리고 있다
얼굴을 든다 귓속 웅덩이에 일그러진 물반사가
은빛 체크 무늬를 만든다
그녀가 선물해주었던 손수 만든 가방도
체크무늬였고 동전지갑도 체크무늬였다
그녀를 만날 때면 심장을 체크 무늬로 덮는 것처럼
따뜻하나 갑갑했다
사랑해? 날 사랑해? 다리미로 천을 눌러 붙이듯
후끈거리던 질문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냥 잠시 널 만나는 거야, 라고는
말 못한 채 귓속에 넣고 잠가버렸다
귀 속에 노르스름한 웅덩이 속에
그게 다 있다
녹고 남은 양초처럼 굳어가고 있다
심지 같은 그녀가 웅크리다 말고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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