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어둔 밤 옥상에 불을 붙인다

어둠이 화상을 입고 이지러진다

불에 닿는 살은 하얗게 타 들어 간다

어떻게 그렇게 참을까

어둠의 심사조건을 들은 적이 있다

참고 또 참고 어두워질 때까지

흰옷의 의사가 어둠에 불을 붙인다

어두워지지 못한 내가 보인다

열심히 눈 녹은 물을 빨아 마신 겨울 나무가

부동액을 온 몸에 돌리듯

먼 곳의 어둠을 끌어올려

참고 또 참는 어둠 속에 내 뒷모습 정도는

함께 있을 것이다

오래 참아온 시간들이 검은 눈이 되어 내린다

날카롭게 불 켜진 창문을 피해

검은 눈은 옷을 벗는다

내 안에 대한 인사치레로

눈 내리듯 찾아온 장염이 발견된다

몰래 불 꺼진 흔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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