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기 때문이다

 

 

 

형광등이 깜빡이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든 책을 바로 드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심방(心房) 안에 털이 돋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숲에 말려드는 바람소리 연약하기 때문이다

 

밥 먹고 졸린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매년 우체국 가서 그리움에 도장 받고 돌아오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몇 번 씹지도 못하고 이불 접어두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촛불이나 광파(光波) 특히 구겨진 골목에 박혀 있는 가로등처럼

 

자꾸 들여다보는 것들은 다 연약하기 때문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빛이 드는 건 연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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