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들녘, 2006(초판 1쇄)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결국 문제는 서가의 규모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하소연이나 과장된 겸손의 제스처를 취하며 마치 커다랗게 벌려진 뇌처럼 서가를 과시한다.
포르테뇨라고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민들은 거리에서 휴대폰을 귀에 대고 다녔고 어깨로 휴대폰을 받치면서 차를 몰았으며 택시나 버스는 물론, 시장에서 길거리를 청소할 때도 늘 수화기에다 무슨 말이든 쏟아 붓고 있었다. 마치 입으로 인생을 떠드는 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 책에 중독된 사람의 피부는 약간 양피지 같아 보이지요.”
어떤 상념의 유혹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메모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나는 일개 독자에 지나지 않아요. 나는 이미 완성된 형태의 풍경 속을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난 모든 책과 씹을 한다네. 책에 아무런 표시도 남기지 않는 건 오르가슴이 없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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