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걸 먹었다면 티가 나야 한다
길가에서 거지를 보고 안타까워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면,
그게 굳이 교회를 나가지 않더라도, 종교를 갖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행동이고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교인이 나와는 다른 특별하고 좋은 것을 섭취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 종교에 대해서도 별 매력을 갖지 못하게 된다.
기독교인들에 의해 이단으로 취급되는 여호와의 증인들의 행동을 보면
문득 호감을 갖게 되는 때가 있는데
무기를 손에 들지 않겠다며 입대하는 대신 감옥으로 가는 모습이 그것이다.
종교가 없고, 군대를 다녀온 내가 생각할 때도
‘군대’나 ‘총’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정의롭고 선해 보인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부터 종교가 현실적인 것이었던가?)
나는 신앙인도 아니고 교리전문가도 아니므로
다수의 신앙인들이 그들을 이단이라고 부르는 이유나
‘이단’이라는 말의 의미조차 잘 모르겠지만, 대신 이런 궁금증은 있다.
이단이 아닌 정당한 기독교인들은 군대에 가서 사람 죽이는 법을 훈련하고,
이단자들은 군대와 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볼 때,
어째서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정당한 기독교인인가 하는 의문이다.
종교라는 건, 의류나 액세서리처럼 걸치거나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음식처럼 몸으로 흡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아, 신앙인이란 저런 모습이구나, 하는 게 그의 삶과 행동에서
느껴지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는 종교인들로부터 자기 희생과, 이타적인 삶,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런 삶은 현대 종교와는 잘 맞지 않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종교를 지닌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훌륭하며 종교적인 삶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해주고는 한다.
그런데 궁금한 건, 왜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들이 내게 들려주는 사람들의 삶과 다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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