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문학사상사, 2008(초판6쇄)
나는 남자를 볼 때마다 이 사람과 내가 아기를 만든다면 대체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하고 나도 모르게 상상을 하게 됩니다.
말수가 적은 나와 생활하는 것이 외할아버지에게는 즐거움이 아니었을까요? 나는 외할아버지가 하는 말의 쓰레기통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있어도 그런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뇌나 재능 따위로는 외모가 뛰어난 여자를 절대로 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직 소녀인 우리는, 우리가 입을 상처를 무엇인가로 방어하고, 더 나아가 공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계속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가는 삶의 흥미를 잃게 되고, 굴욕감을 가진 채 앞으로 기나긴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나는 초등학생 같은 그 애들의 순박함에 놀랐다. 집안이 좋다는 사실이 그 애들에게 의문의 대상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게 하는 무례함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민 같은 것은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나는 고민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은, 자유만은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어디서 객사를 하든 맘대로인 자유.
저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노숙하는 사람들이, 비를 기원하는 고향의 농민들의 모습과 자구 겹쳐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생활은 중년 남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집과 회사를 왕복하고, 월급을 가져다주는 것뿐인 생활.
“20년 이상 창녀 짓을 하다 보니 남자의 속성을 알게 되더라고. 아니, 남자의 속성이라기보다 우리 창녀들의 속성일지도 몰라. 몸 파는 여자를, 남자는 실은 몸 파는 여자를 미워해. 그리고 몸을 파는 여자도, 돈으로 자신의 몸을 사는 남자를 미워하지…”
“나는 지장보살은 딱 질색이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걸 만드는 것은 틀림없이 남자일 거야. 여자는 이런 거창한 것은 안 만들어.”
손님이 헐떡거린 끝에 내뿜은 그 하얀 액체가 너무나도 소량이어서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조그만 결과를 위해서 남자들은 우리를 산다.
나는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이날 밤, 처음으로 마음속으로부터 느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의 욕망이 하찮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쇠퇴하는 것은 좋은 거야. 남자의 본질을 보게 되고, 동시에 내가 어째서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가도 알게 되거든.
조금 전의 손님도 나하고 잔 뒤에 외로운 것 같았어. 남자란 모두 마음이 약해. 여자가 추하게 변했거나, 나이를 먹어서 우울해진 것을 견딜 수 없는 거야. 우리의 모습이 남자가 지닌 약점을 드러내 보이는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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