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 2008 가을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오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오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있오

 

겨울속의나는왼손잽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오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발발이 아줌마는 바빠

 

                     기석

 

섹스가 뭐예요?

철모를 쓴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자물통 참호로 기어들어가 총을 쏘다 죽는 거지

자물통이 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피를 흘리는 이상한 요강이지

요강이 뭔데요?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이지

구름이 뭔데요?

해안철책을 정찰중인 검은 장님이지

장님이 뭔데요?

보이는 것만 보다 눈이 썩어 문드러진 역사지

역사가 뭔데요?

설사와 변비를 반복하다 똥구멍이 헐은 고릴라지

 

God 오오 God

 

그런데 아줌마, God가 뭐예요?

거꾸로 읽으면 뜻이 분명해지는 불독이지

불독이 뭔데요?

불란서를 학살한 독일 히틀러 자지의 애칭이지

히히 틀니요?

그래 이빨 빠진 살인 광견인데 새끼도 있지

어디에요?

태평양 건너 워싱턴의 하얀 개집에

어떻게 생겼어요?

좆이 붓인 말대가리 뼈다귀처럼 그로테스크하지

 

오늘 질문 끝! 나 뱃살 교실 가야돼

 

 

 

 

 

 

주산지 완버들

 

                반칠환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랴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감옥에 들게 하신 걸까요

젊은 날, 분노는 나의 우듬지를 썩게 했고

절망은 발가락이 문드러지게 했지만,

이제 겨우 사막과 물이 둘이 아님을 압니다

이곳에도 봄이 오면 나는 꽃을 피우고

물새들이 내 어깨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제 피안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슬픔이 나의 꽃인 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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