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679호
소록도 아가씨를 이제는 안아주오
“할머니가 빨래를 하고 계시는데 자세히 보니 손이 없더라. 거기서 시선이 멈췄다. 나이 들어서 초라한 것 이상의 초라함, 그 할머니의 모습에 그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역사적인 사실을 외면해왔다는 것, 너무 무지했다는 것 때문에 죄스러운 마음이 솟구쳤다.”
질곡의 역사를 고스란히 겪은 77살(당시 74살)의 한센인, 이행심 할머니를 만나면서부터 2004년 그녀의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할머니를 찍지 않았을 거다.” 결코 자만심에서 온 말이 아니다.
“그게 나쁘지 않더라.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대상자들의 고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난 그저 찍는 사람에 불과한가’라는 자괴감이었다. 그런데 할머니와 어울리면서 그런 고민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숨기려고 아이를 낳을 때 닭장에서 닭 우는 소리에 맞춰 진통을 했다더라.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세월을 다 지내온 고통에 할머니를 안아주고 싶었다.”
한센병은 결핵, 성병과 함께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유전병이 아닌 전염병이다. 그러나 전세계 95%가 한센병에 대한 자연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며, 나균을 배출하는 환자의 경우도 리팜신 600mg을 1회만 복용해도 체내 나균의 99.99%가 전염력을 상실한다. 성적인 접촉, 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 감기보다도 약한 병이다. 격리시설은 무지와 편견이 낳은 소산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센병력자라는 이유로 승차거부나 식당 이용 거부를 당하는 건 일반적인 일, 80년대까지 한센인임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자동차 면허증도 딸 수 없었다. 게다가 한센인 2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파혼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고 이를 비관한 자살도 잇따랐다. 마을에서 한센인을 몰아내려 무려 27명의 한센인을 삽과 곡괭이로 죽인 1957년 8월의 경남 사천 비토섬 사건은 아직도 재판부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한센인의 커밍아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전국 한센인 정착촌에 1만6천명 정도의 한센인이 거주하는데 다들 살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그곳을 ‘육지의 섬’이라고 하겠나. 당사자들도 들추기 싫어하고 자식들도 들추기 싫어하는 현실. 내가 그걸 찍었구나 싶더라.”
배우와 버라이어티
지금 시청자에게나 제작진에게나 가장 각광받는 리얼 아이템은 ‘콤플렉스’다. 이 방면으로 큰 재미를 본 건 <무한도전>일 것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란 컨셉으로 뚱뚱하고, 못 웃기고, 키 작고, 머리없고, 노총각인 콤플레스들을 드러내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이제 시청자가 그들의 콤플렉스를 콤플렉스가 아닌 개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준하는 조인성의 이미지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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