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니
우린 얼마나 더러운 인연입니까?
소매를 스친 노숙자가 대답 없이
지하도를 계단 형식으로 파들어간다
대답 없이 문이 열리고
겨울은 눈의 창고를 열어 한 톨 남지 않은
바닥을 보여주었다 여러 생각이
휘몰아쳤다 겨울은 아무 말이 없어 작아 보였다
같이 좀 탑시다 하며 뚱뚱한 중년이
입냄새 묻은 온몸을 비비고 들어간다
그 후로 겨울을 보지 못했다
노숙자의 안부는 내가 일부러 피해 다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니
알게 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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