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여인의 아름다움

 

 

 

 

명동역 플랫폼 4-8에 서있는 짝퉁을 보았다

일찌감치 결혼해버린 내 오리지널 첫사랑을

찍어낸 것처럼 닮은 여자가

친구와 함께 서 있었다

진짠가 싶은 마음에

뒤따라 전철에 오르고

내가 늙고

약해진 걸 느꼈다

오리지널 그녀는 요즘 마드리드에서 춤 배우고 있다는데

짝퉁 핸드백에 더 신경이 가는 것처럼

한강물 따라 달리는 물반사를 보는 척하며

이 여자를 자꾸 들춰보게 된다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치고

여자는 슬쩍 자리를 옮겨 버렸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오리지널을 떠올린다면

오래도록 이 자세로 오래 서있어야지

짝퉁에겐 짝퉁다움의 오리지널이 있다

나는 그걸

손에 닿는 고마움이라 부른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렛 미 인   (0) 2008.12.15
샐러리맨 튀김  (0) 2008.12.05
외로움을 삼키다  (0) 2008.12.05
인연  (0) 2008.12.05
조개구이집에서  (0) 2008.10.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