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여인의 아름다움
명동역 플랫폼 4-8에 서있는 짝퉁을 보았다
일찌감치 결혼해버린 내 오리지널 첫사랑을
찍어낸 것처럼 닮은 여자가
친구와 함께 서 있었다
진짠가 싶은 마음에
뒤따라 전철에 오르고
내가 늙고
약해진 걸 느꼈다
오리지널 그녀는 요즘 마드리드에서 춤 배우고 있다는데
짝퉁 핸드백에 더 신경이 가는 것처럼
한강물 따라 달리는 물반사를 보는 척하며
이 여자를 자꾸 들춰보게 된다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치고
여자는 슬쩍 자리를 옮겨 버렸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오리지널을 떠올린다면
오래도록 이 자세로 오래 서있어야지
짝퉁에겐 짝퉁다움의 오리지널이 있다
나는 그걸
손에 닿는 고마움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