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만차스 통신, 히라야마 미즈호, 스튜디오본프리, 2008(1판8쇄)
이나가와 씨와 유키코와 내가 나란히 서서 우리들은 부모자식간입니다, 하고 동네방네에 선전이라도 하고 다니면 누가 보더라도 거짓말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나가와씨가 글쎄 안사람이 먼저 가버리고 여자라곤 딸아이뿐이니 그 애한테 여러모로 부담이 많지요, 하고 무슨 말끝에 슬쩍 흘리듯이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에 유키코를 본 마츠나카 씨는 아, 쟤가 딸이구나, 하며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문방구점에서 물건을 산 뒤 분명히 거스름돈이 모자라는데도 결국 그것을 얘기하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야단맞고 있는 나,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가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잊어버리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때에도 그저 물컵만을 앞에 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나. 그런 나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속는 쪽이 나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곧 믿어버리는 부주의함, 적정가격인지 어떤지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점, 그런 달콤한 이야기가 무턱대고 굴러들어 올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순진함. 그런 방어 능력의 결여야말로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다. 나 자신에게 늘 그렇게 말해왔다.
도대체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문득 어깨 소매에서 실밥이 풀려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그 눈을 보고 그녀도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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