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미야베 미유키, 청아람미디어, 2008(1판6쇄)
“하마터면, 어머니도 참 한가하시나보네, 하고 말할 뻔했다니까요.” 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하지만 웃으면 안 되겠죠. 어머니의 세계가 그만큼 좁다는 거니까요. 어머니가 그 좁은 세계에서 잘 참아주시는 덕분에 내가 밖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거니까요.”
“… 요즘은 이웃이란 의지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서로 못 본 체하고 사는 것이 딱 좋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는 ‘기분의 시대’라고 그는 말한다.
“치밀한 데이터나 상세한 사실의 축적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필요한 것은 ‘기분이 좋다’는 것이지요.”
“우스운 것은, 그 사람한테는 야마토기계의 사장도 ‘일반인’이란 거예요. 그 데릴사위 사장은 자기 인맥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식이죠. 예를 들어 사장 부인이 유방암에 걸려도 어느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정도밖에 손을 쓰지 못한다. 돈이 많으니까 특별실에 입원할 수는 있겠지만, 치료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유방암에 걸리면 일본 초고의 명의한테 진료 받게 해줄 수 있다. 그런 연줄을 쥐고 있다. 그런 힘이 있는 인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입니다. 이런 것이 남자들이 좋아하는 동화 아닐까요?”
누구나 협박을 당하면 겁이 나고 자꾸 떼를 쓰면 약해집니다. 개인이나 법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매부동산 집행방해는 바로 그런 점을 노리는 것이므로, 그냥 지능범이나 폭력범이 아니라 지능폭력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의 ‘무표정’은 상반하거나 상승하는 감정들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 표정만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회로를 끊어버리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분간 새 집으로 이사할 일은 없다. 계속 여기 산다고 결정하자, 유카리가 나한테 다가와서 하는 말이, 할머니, 유카리는 이사하지 않게 되어서 좋아요,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묻자, 여기가 디즈니랜드가 가깝지 않느냐는 거에요. 아이들 마음이 그렇구나, 싶은 것이 우스웠어요.”
“우리 집에서는 부자가 다투면 부모가 가출합니다. 이상하죠?”
“… 그러자 할머니가 정말 낙담한 얼굴로, 역시 나는 너희 엄마를 대신할 수 없는 모양이구나, 하셨어요. 이리저리 무리를 해가면서 꿰매 왔는데 이런 식으로 뜯어져 버리는구나, 하시면서.”
“이런 가정에서 자라니 내 미래도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별 볼일 없을 거라고?
“네, 부모가 내 앞에 깔아주려는 레일이 잘못되고 있잖아요. 그러니 저 앞에 있는 내 미래도 별 볼일 없는 게 되는 거죠. 뽑기에서 꽝 뽑은 것처럼.”
- 재미난 발상이군.
“그래요? 하지만 우리들은 부모가 뭐든지 다 결정하니까 스스로는 아무것도 고를 수 없어요. 부모가 실패하면 자식이 뒤집어써야 하는 거죠.”
남편 스나키와 노부오가 실종된 이래 사토코에게는 ‘고생’이 곧 ‘생활’이 되었다.
“여기, 참 예쁜 공원묘지죠? 메모리얼파크라고 해서 무슨 뜻일까 생각해보니 공동묘지더군요.”
노부코는 언젠가 국어선생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보다’라는 단순한 동작을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관찰하다’, ‘내려다보다’, ‘재보다’, ‘노려보다’, ‘쳐다보다’처럼 특정한 의미가 있는 눈동자 동작뿐이고, 그냥 단순히 ‘본다’는 동작은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노부코의 일상은 중학 1학년생 소녀의 바쁜 스케줄로 꽉 차 있었다. 아직 어린 학생이므로 두뇌나 마음에는 냉동칸은 물론이고 냉장칸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잠시 보관하는데 알맞은 선반뿐이다.
약 4개월 동안 도피하는 동안 온갖 매체들이 그에 대해서 입방아를 떨었다. 처음부터 각오는 했지만,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위아래와 좌우로 더 넓은 영역에서 ‘이시다 나오즈미’라는 인간이 까발려져 가는 것을 그는 지켜보았다. 거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그는 말한다. ‘매스컴’이라는 것을 거치고 나면 ‘진짜’는 아무것도 전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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