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민음사, 2008(11)

 

 

 

 

 

 

 그는 초원으로 걸어가 사방을 덮은 어둠에게 탄원하듯 모자를 들고 오래도록 서 있었다.

 

 

 

 부서질 듯 여윈 몸은 옷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올바른 세상이 되는 데 필요한 무언가가 혹은 자신이 세상에 올바로 서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찾기 위해 언제까지고 방랑할 것이며,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찾던 것임을 깨달을 것이고, 그 깨달음은 옳을 것이다.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를 무렵 아카시아와 팔로베르데 덤불의 불타는 초록과 길가 풀섶의 푸르름과 오코티요 관목의 불꽃이 대지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마치 빗물이 전기였던 양 전기 회로를 온 땅에 깔아 놓은 듯했다.

 

 

 

 자신의 일에 숙련된 사람이 으레 그렇듯 그들 역시 직접 경험하지 않고 하는 말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경멸하기 때문이었다.

 

 

 

 여윈 은빛 그레이하운드들이 흘러내리는 수은처럼 말 다리 사이로 조용히 내달렸다.

 

 

 

 달아오른 낡은 밧줄이 내 손을 싹 먹어 치웠어.

 

 

 

 그의 무릎 사이에 있는 말의 둥그런 갈비뼈 안에서 검은 심장이 누군가의 의지를 내뿜었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지.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거든. 흉터를 얻게 된 사연은 결코 잊을 수 없지.

 

 

 

 그들은 철사에 걸려 있는 하얀 리넨 같은 달빛 아래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를 들으며 말 머리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온화한 기사(騎士)를 조심하게. 이성보다 더한 괴물은 없거든.

 

 

 

 진실은 하나뿐입니다. 진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막 어딘가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아요.

 그거 잘됐군. 죽을 때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살 때는 별 도움이 안 되지.

 

 

 

 물건에는 품질이 있을 뿐이야. 이 차는 녹색이군. 안에는 모터가 달려 있고, 하지만 타락할 수는 없어. 심지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사람 안에 약한 면이 있을 수는 있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악이 아니야. 어디서 악을 구하겠나? 대체 무슨 수로 그게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되지. 멕시코에서 악은 실재하는 존재야. 제 발로 걸어 다니지. 언젠가는 자네한테도 찾아올 거야.

 

 

 

 글쎄. 내가 정말 나쁜 짓을 했다면 그걸 뭐 하러 말하겠어. 그런 건 왜 물어?

 

 

 

 말이 자기 그림자를 밟을 때마다 불안해하자 그는 그림자가 말발굽에 닿지 않도록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어 달렸다.

 

 

 

 동전이 얼마나 여러 번, 어떻게 빙글빙글 돌더라도 앞면과 뒷면은 바뀌지 않아. 그러다 우리 차례가 오고, 그 차례가 지나가지.

 

 

 

 용기는 언제나 지속되는 법이며, 겁쟁이가 가장 먼저 버리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 말이야.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면 남들을 배신하는 것도 쉬워지지.

 

 

 

 그는 경험으로 알게 된 세상의 진실과 진실일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속삭였다. 말로 내뱉었을 때 과연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을 되새겼다. 겁에 질려서는 돈을 벌 수 없고, 걱정에 눌려서는 사랑을 할 수 없다.

 

 

 

 세상의 고통이란 형태 없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알을 깔 따스한 인간의 영혼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무엇으로 인해 사람이 그런 존재에게 무방비 상태가 되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심장은 끔찍한 희생을 바탕으로 뛰는 것이며 세계의 고통과 아름다움은 각자 지분을 나눠 가지는데, 끔찍한 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단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어마어마한 피를 바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하려는 듯, 혹은 땅을 축복하려는 듯, 혹은 늙든 젊든 부자든 가난하든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세상을 늦추려는 듯 잠시 양손을 뻗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몸부림치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살아 있든 죽어 있든 세상은 달려갔다.

 

 

 

 나흘 후 그는 페이커스 강을 건너, 하늘을 등지고 우뚝 선 예이츠 유정의 채굴기가 기계로 만든 새인 양 땅을 쪼아 대는 텍사스 주 이라안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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