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여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을
날아서 가지 못하고
지하철 타고 간다
누군가 두고 간 인생 같은
빈 자리에 앉아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진 환상을 본다
지하철도 사랑을 할까
그만큼 심장이 뛰어
이만큼 달리는 걸까
사랑이란 원래
날지 못하는 걸까
누군가 가는 길에 섞여가는
충전해서 쓰는
돌고 돌아 맞은 편 열차에
다른 사람과 앉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건네 주고 일어서는 손잡이처럼
해체된 육교를 바라보며 지나는
구로 디지털 단지 역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