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연인들

 

 

서로가 서로에게

자꾸만 기대는 연인을 보면

보는 사람이 다 피곤하다

태양이 바다에 어깨를 기대는 동안

세상은 더 어두워지지 않는가

밤새 내린 눈들을 밀치고 길을 걸으며

밟을수록 발이 시린 것이 당연하다

차가워지자 밟히지 않도록

언젠가는 당신이 찾아와 내게

기대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으나

몇 번의 면도를 미루는 동안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쓰던 면도날을 휴지통에 버리고

새 면도날을 면도기에 끼우는 동안

태양이 밤새 바다에 기대지 않았다면

쓰러진 건 바다였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맑게 면도한 모습으로 이제 막 웃음짓는 저 태양의 상판을 보니

물과 하늘의 경계에서 스치듯 울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꾸만 기대는 연인들을 보면 애처로워 보인다

이별하지 않는 게 때로는 더 슬프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둠 속에서   (0) 2008.12.15
런던 브릿지  (0) 2008.12.15
브래지어 끈을 푸를 때면  (0) 2008.12.15
적어도 그들에겐   (0) 2008.12.15
눈을 감으면   (0) 2008.12.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