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모음

 

 

귀속에 들어앉은 이 소리들이 다 빠져나갈 때쯤

죽으리라

물에 빠져 죽은 시체를 뭍으로 끌어내듯 내가

죽은 뒤에야 귀속에서 빠져나올 소리들 나를

소외시키고 내 머리 속에서만 오가는 대화들

태어난 지 32년째 나는 아직도

어떻게 말을 하게 되는 건지 모른다

어떻게 듣는지도

내가 듣는 것이 과연 말인지도 모른다 (그건 그저 감정이 아닐까)

오래 전 한 여자를

일산까지 바래다주고 난 뒤 차가 끊겨

동네 애들이 붐비는 먹자 골목에 비둘기처럼 홀로 앉아

붉은 십자가 사이 찜질방 간판을 바라보던 내가 생각이 난다

그 간판의 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아

내 머리 속 누군가는

요즘도 그때 그 여자를 바래다주고 있다

연락도 하지 않는 그 여자를 지나쳐

내 안개 묻은 얼굴이 흙 베개에 파묻힐 때쯤

내 귀로부터 나와

흙 알갱이 사이로 흘러 들어갈 사소한 그 대화들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끊임없이 수근 거리고 자기들끼리 미끄러질 소리들

산에 가면 그런 게

몇 천 미터씩 쌓여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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