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달력은 특별하다
단 하루 사이에, 피를 모두 뽑아버린 한 마리의 쥐처럼 살이 빠져있다
불행히도 평범하다 올해는 달라질 거야,
다짐하는 말들이 버려진 개처럼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지는 이미지
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2009년 처음 마시는 융 드립 커피는
불행히도 맛있다
그리고 주인을 잃은 새해 계획처럼 빨리 식는다
온기가 죽는 새해 첫 날
새해 첫 날이 늘 겨울일수밖에 없는 한국 땅에서
약속도, 기대도, 사랑도, 체념을 엮어 부부가 된 이들도
삼청동 나들이를 다닌다
갈아버리고 싶을 만큼 어두워진 하루
2008년에 구입한 책 <전선기자
사이에 2008년의 앙상함을 꽂아 넣는다
커피 값 9천원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10명을 한 달 간
먹이고 씻길 수 있다 한들 난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을 교체하듯 찾아온 2009년의 공기가
위장 사이 공무원처럼 끼어들어가 웃고 있다
지금은 좋을 때지
2008년에 먹은 것들을 2009년에 배설하고
화장실 변기에 홀로 앉아 “행복하다”고 말하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