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에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내 시간도 가끔은 오락가락 한다
영화를 보고 가장 그리운 사람은
아티스트 선장이었다
어려서 절망을 배운 사람은 죽음 앞에 의젓할 수 있는 걸까
배가 가라 앉는데
나는 선장을 구하지 않았다
더 어린 시절에도, 더 늙은 시절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
내 삶엔 절망도 감사도 없다.
아름다움은 저 마스카라 짙은 어둠을
밤새 문질러 닦아내며 함께 더러워진다
왜 굳이 내 앞에서 더러워지는가
나보다 먼저 나이 든 내 무릎에게 메일을 보내고
베자민 버튼의 사랑보다
그가 잃어버린 선장을 그리워한다
선장은 파도의 지문 속에 태어나
일찌감치 울기보다 파도쳤던 사람이다
*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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