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에 없던 일

 

 

불룩한 버스 한 대가 서고 배설하듯 줄줄 빠져나오는 승객들

똥 같은 표정으로 오늘도 용케 정해진 시간에 똥이 나온다

비와 바람의 스케줄을 훔쳐본다 이번 달은 꽤 쪼들릴 듯 하다

방송국과 계약한 날짜에 맞춰 황사가 날아오고 있다

수십 억년 째 장기 계약 중인 태양은 갈수록 메이크업이 난삽해지고 있다

하나님은 캘리포니아 비치에서 깨진 보도블록을 깔고 앉아

비닐봉지 하나를 위로 날렸다 받았다 올렸다 내렸다 하며 논다

반납하고 환불 받고 싶은 시간만 잔뜩 사다 놓은 나는

매일 매일 저 시간 삶아먹을 생각에 답답해진다

그러자 공짜 바람이 히히히히 웃는다 너도 그러다 히히히히 나처럼 된다

머리카락 몇 개를 뽑아 바람에 띄운다 하느님 흉내

스케줄에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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