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남자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딴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밥 먹었어?
그냥 뭐하나 하고.
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
그래, 그때 보자.
여자의 육감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알아보기 위해
오늘도 야근이라고 거짓 문자를 보낸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연구가 자연스러워지고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연구는 새로운 탐구심을 이끌어낸다.
이래서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구나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다.
참으로 그럴듯하게 여겨지는 연구는
이렇다 할 결과 없이 외롭게 이어진다.
의외의 과정이다.
외로움이 도출될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은 떡볶이가 먹고 싶었지만
근사한 타이 레스토랑에 딴 여자를 안내한다.
인사동에 있다던 여자친구는 어쩌면 지금쯤
혼자 떡볶이를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농담을 하고
다른 여자가 웃는다.
이런 농담은 여자친구에게 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농담은 이런 식이다.
이런 걸 묻히고 그래요.
여기… 매력이 묻었잖아요.
음식 주문을 받는 하얀 브라우스의 점원이
연구하고 싶도록 매력적이다.
비탈이 가득하던 어머니의 자개장이 생각난다.
저 브라우스 안에는 엄마의 가슴과 달리
비교되고 연구될만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올까 봐 두렵다.
내가 연구를 계속 해야만 한다고 말할 때
그녀의 답문은 언덕길 아래로 미끄러질 것이다.
한 호흡을 지나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주방장의 요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