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사막이 꽉 차있다
햇빛이 발을 꿰뚫어본다
검은 뼈대와 피아노 줄처럼 울리는 심줄 몇 가닥
그리고 노란 빛을 담고 출렁이는 어항 같은 핏물
햇빛이 발에 말을 거는 동안
뜨거워진 마음의 일부가 끓는다
내일 알람을 맞추고 나자
그제서야 시간은 어깨 위에서 내려선다
발을 발처럼 엮어 서로 식힌다
사랑에 들뜬 남자를 보는 것은
지금의 내 눈에는 무리다
눈동자 속에 사막이 숨어있는 것이라면
내가 밤새 걸어 들어갔다 나오는 곳의
정체를 나만 몰랐던 것이리라
사막을 걸어도 발자국이 남지 않는 이유도
그런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