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어디서나 음악이 들리면서부터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슬리퍼도 사람의 말을 하면 들리지 않았다
슬리퍼가 슬리퍼의 말을 한다
딸깍 딸깍 찍 찍 밟히듯이 발음한다
지하철 안까지 비가 내린다
아마 지하철 바닥에 기어다니는 거북이
우산을 꺼내 하나만 묻자 한다
우산은 화장을 마차기 전엔 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너는 고작 우산인 거라고
화를 내자 우산이 네 손을 보라고 한다
다섯 살 늙은 우산이 사람을 놀린다
빗물을 받아 마시던 슬리퍼가 말한다
너는 꼭 이런 날 신고 나왔어야 하니
나는 물끄러미 내 손을 본다
글씨처럼 번져가는
빗방울 하나가 한 음절의 말이라면
기상청
뭐가
뭐가
이래
걸레가 있으면 심장을 꺼내 닦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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