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어디서나 음악이 들리면서부터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슬리퍼도 사람의 말을 하면 들리지 않았다

슬리퍼가 슬리퍼의 말을 한다

딸깍 딸깍 찍 찍 밟히듯이 발음한다

지하철 안까지 비가 내린다

아마 지하철 바닥에 기어다니는 거북이

우산을 꺼내 하나만 묻자 한다

우산은 화장을 마차기 전엔 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너는 고작 우산인 거라고

화를 내자 우산이 네 손을 보라고 한다

다섯 살 늙은 우산이 사람을 놀린다

빗물을 받아 마시던 슬리퍼가 말한다

너는 꼭 이런 날 신고 나왔어야 하니

나는 물끄러미 내 손을 본다

글씨처럼 번져가는

빗방울 하나가 한 음절의 말이라면

기상청 오후 6 발표 60%라고 한다

뭐가

뭐가

이래

걸레가 있으면 심장을 꺼내 닦고 싶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립  (0) 2009.09.08
노트2 - 비가 와야  (0) 2009.09.01
영화관  (0) 2009.08.20
가장 앉고싶은 책상은, 책이 펼쳐져있는 책상이다  (0) 2009.08.19
누전차단기  (0) 2009.08.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