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선배 말이 옳았어, 라는 말의 안쓰러움에 대해
살면서 간혹, 선배와의 의견 차이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선배가 종종 써먹는 말은
너도 몇 년 뒤면, 혹은 내 나이가 되면, 혹은 때가 되면
내 말이 옳다고 느낄 거야
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문득,
혹은 나보다 어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그 선배의 말이 옳았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은
실제로 과거의 그 선배의 말이 옳았던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런 류의 대화에선 옳음과 그름이 명백하게 존재할 수 없긴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당신이 변해서
그 선배와는 달랐던 사람에서 그 선배와 흡사한 사람으로
변해서 그렇다.
그 선배의 말이 정말로 ‘옳았다’면
그 선배의 의견은 타당한 근거와 논리를 통해
과거에도 옳게 받아들여졌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옳게 들리지 않던 것이
시간이 흘러 옳게 들리게 되었다는 것은
그 선배의 말 뜻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선배의 말에 새로운 근거와 논리가 더해져서가 아니라
당신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변화했으며
그에 따라 근거나 시선을 보는 관점이 변화했으며
아마도 더 노멀한 쪽으로
보다 중앙으로
보다 비슷비슷한 무리의 성향으로
흡수된 성향일 확률이 높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선배의 말이 옳았어, 라는 생각은
과거의 당신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 당신의 생각이(어쩌면 삶까지도)
틀 렸 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