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때려치고 싶다면 사표를 내면 되지
데스크에 가서 저 관둘래요 하면
카피라이터를 관둘 수 있지
근데 시인은 어디 가서 사표를 내지?
쓰라고 닥달하는 사람도 없고
퇴직금 주며 손 흔들어줄 허수아비 하나 없는데
입사는 있어도 퇴사는 없는
죽을 때까지 평생 직장이긴 한데
연봉 한 푼 계약서 한 장 없는 건 그렇다 치고
연차도 없고 이직도 없는 건 아무렴 어때
카피 다섯 시간 쓰다 시 오분 생각하는
세컨 잡이라는 건 둘째 치고
어떻게 하면 관둘 수 있지?
퇴근 없는 직장에
일이 손에 잡히는 날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