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교배
한국에서 미팅을 통해
남녀가 만나고 눈이 맞고
커플이 이뤄지는 과정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알코올 교배와 같다.
일단 만나서 자기 소개를 하고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술을 돌린다.
거기에 각종 게임을 더해
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알코올 섭취를 유도하며
간간이 스킨십이나
가슴 뛸만한 상황을 연출한다.
성격이나 상대의 삶을 알만한 대화는
회피되고 가볍고 즉흥적인 유머들이 환영 받는다.
간략한 프로필 정도가 교환되고
상대 이성들은 외모와 스펙 70%,
말투, 표정, 행동 등의 나머지 퍼센트를 통해 평가된다.
감정은 조명과 술에 탄력을 받아 과장 형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감정은 2차와 3차로 이어지며
증폭과 교감을 반복한다.
이런 식의 미팅은 놀랍게도
한 차례의 만남을 통한 잠정 커플의 탄생까지 종종 이뤄지며,
몇몇 인기남(녀)들을 탄생 시킨다.
이들은 몇 번의 미팅을 거듭해가며
미팅에서 상대의 호감을 얻는 기술을 발달시켜간다.
미팅 자리에서 이들은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
또는 상대 이성이 꼭 바라는 그런 자태를 보이며
술과 게임을 권하며 분위기를 주도해간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게츠비가 사랑을 되찾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본다면(그나마도 실패했으나)
1차에서 3차, 또는 4차까지의 술자리 과정,
10시간 가량의 각종 술과 게임을 통해
자신의 짝을 발견해내고
고백을 강요하고
사랑의 작대기를 나누고
어떤 식으로든 커플이 만들어지고
소외되는 자들이 탄밥처럼 눌어붙고
또 몇몇 경험자들의 말로는 잠자리까지도 이어진다고 하는
이 알코올 교배 시스템은
진정 위대한 만남이란 무엇인지 피츠 제럴드에게
다시 생각할 여지를 줄만한 것이다.
단시간에 타인과의 어색함을 깨고,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이 일련의 과정은
거의 정신적 화학 요법에 가까우며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이
서로가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공공의 선’으로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저 사람과는 별로 친밀감이 생기지 않아, 라는
당연히 있을 법한 반응은
술과 게임을 통해 희석되어 사라지며,
바로 그런 이유로 술과 게임 없는 미팅은
성공률이 낮아진다.
이와 같은, 술과 게임의 공헌도와 작용 방식을 보면,
한국에서의 미팅을 알코올 교배라 정의하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