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 2010년 5월
세인트헬렌스 산 대폭발 그로부터 30년 후
스미스가 가장 뚜렷이 기억하는 물속 풍경은 가지 없는 전나무들이 수심 수십 미터 아래 잠긴 채 유령처럼 서 있는 모습이었다. 스미스는 이를 ‘석화石化된 숲’이라고 불렀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왜 물속에 숲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스미스는 숲의 유래를 확실히 알게 됐다. 물속 숲은 과거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다.
파릿 호에서 수영을 하며 봤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속에 잠긴 숲이 아니라 수중 정글이었다.
불안에 떠는 멕시코인들
멕시코 마약 거래상들의 허세는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이곳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본거지인 쿨리아칸으로 공동묘지에 있는 호화판 묘소들의 주인은 마약밀매업자들이다.
수감자 엘니뇨가 ‘범죄처벌시행센터’ 교도소에 들어온 지 꼬박 아홉 해 하고도 여섯 달이 흘렀다. 훌쩍 큰 키와 호리호리한 몸집에 천진하게 히죽거리는 표정을 보니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일곱 살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엘니뇨는 스무 살 때 살인을 저지르고 여기 멕시코 북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모조리 내 이름을 잊어버리고, 멕시코 속담처럼 날 보고 짖어줄 개 한 마리 없는 사고무친 신세가 되어도 그분은 떠나지 않으신다고. 그분은 기적을 행하며 절망에 빠진 자들, 극악무도한 죄인들을 지키는 ‘산타 무에르테’, 즉 ‘죽음의 성녀’다.
지금 멕시코 국민들은 온갖 고초란 고초는 다 겪고 있다. 가뭄, 신종플루, 신종플루 여파로 닥친 관광산업 붕괴, 주요 수출품인 석유 매장량 고갈, 재정 위기 등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약밀매와 마약 때문에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인들은 여러 신들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죽음의 성녀는 그런 초자연적인 존재들 중 하나일 뿐이다.
치안과 법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본 선량한 멕시코인들은 마피아와 멕시코 정부의 대결에서 마피아가 승리한 게 아니냐며 대놓고 말할 정도다.
마약 때문에 이런 살풍경이 일상이 된 후아레스에서 지난해 모두 2600명이 피살되었다.
시날로아 주에서는 유력한 마약 거래상이 기도하러 올 때마다 조용히 예배할 수 있도록 거리 전체를 봉쇄해도 그러려니 할 정도다.
교도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검문소와 복도를 줄줄이 지나자 탁트인 옥외 통로가 나온다. 왼쪽 벼에는 백설공주와 트위티, 스폰지밥 같은 만화 캐릭터들을 그려 놓았다. 수감자들이 요청해서 그린 것이라고 한 교도관이 설명한다. 아버지와 명절을 함께 쇠러 오는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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