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각양, 한상운, 로크미디어, 2007(초판 1쇄)
‘죽일 놈의 태양 같으니라고….. 새벽부터 뜨고 지랄이야.’
“양각양? 두 발 달린 양? 그거 인육人肉을 말하는 거 아닌가.”
“예, 원래 인육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만 최근 들어 암중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무림 단체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니까, 사업 중에 사악한 무림인이라도 만지 모를 일이 아닙니까.”
“무림인은 다 사악하지. 하지만 난 더 사악하다네. 그럼 이따 보세.”
불을 무서워하면 요리사가 못 된다. 유상진은 아궁이를 조작해 불길을 더욱 키우며 냄비를 앞뒤로 흔들었다,
“살아 있는 게 죄지, 죄야, 사실 나도 처음에는 고문관으로는 안 올 생각이었거든. 원래는 위사로 들어올 생각이었지. 근데 이게 대우가 제법 좋아서 말이야. 하지만 굉장히 하찮은 취급을 받기도 한다네. 위사 놈들은 우리를 경멸한다니까. 게다가 일급비밀들을 많이 안다고 외출도 잘 안 시켜주고 말이지.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어. 비밀 엄수를 약속하면 내보내준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저승 쪽으로 내보내는 것 같거든.”
뜨거운 열락의 밤.
여자의 엉덩이와 사내의 무릎 종지가 다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밤이었다.
“지금까지 자네가 상처받지 않도록 애썼어. 그런데 그건 내가 힘들더군. 결국 내가 어려움을 겪는 것보단 자네가 어려움을 겪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관상확에선 목이 길고 뒤통수가 볼록하며 입술이 나온 자와는 고난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딱 화인청, 그자의 생김새죠.”
나이든 사람은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그 나이까지 쌓아온 가치관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옛말에도 복수는 차게 한 후 먹는 음식과 같다 했다. 오래 식혀 먹을수록 좋은 것이다.
‘다 늙은 게 질투는. 야! 네가 잘해 주는데 내가 이러겠냐? 매일 문전만 더럽히는 게…… 게다가 주제에 뭘 나눠 줄 게 있다고 기방에는 그렇게 자주 드나들어?’
물을 벨 수 있는 칼이란 없다.
물을 베었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물은 다시 흐른다.
그러나 물 속에서 명검이 나오는 법이다. 쇠는 물속에서 그 굳셈을 얻기 때문이다.
대저 칼 쓰는 법도 이와 같아야 한다.
황부자는 항창 일을 벌이고 있었다.
때론 부드럽고 빠르게, 때론 격렬하게,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느슨히 몸을 움직였다. 여자도 민활하게 전신을 움직이며 황 부자의 움직임에 맞춰 헤엄을 쳐 갔다.
이제 곧 육지다. 조금만 더 헤엄치면 된다.
보인다, 보여.
황부자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고지가 저기야!
이윽고 그의 입에선 긴 숨이 토해지고 모래사장에 오르는 순간 기진해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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