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39 – 화장

 

 

 

 

86일 금요일

 

 

요즘엔 식당에 이쑤시개를 두는 곳이 별로 없다.

사실 밥 먹는 장소에서 누군가 이빨 쑤시는 모습을 보며

식사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니까.

그러다보니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여행 다니실 때 이쑤시개 통을 챙겨다니곤 한다.

마치 젊은 계집애들이 종일 거울과

파운데이션을 챙겨다니듯이

나이가 들고 이빨이 벌어진 이들에게는

이쑤시개가 미용도구인 셈이다.

 

그렇다면 나의 미용도구는 뭔가. 잉크와 펜?

계속해서 뭔가를 쓰고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그 와중에 내가 좀 더 아름다워진다는 자기 만족을 느끼니까?

글쎄,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볼펜과 잉크로 눈썹을 새로 그리고 잡스런 생각들은

지우고 가리고(커버하고)….

하지만 불행히도 화장한 얼굴 위로 다시 덧칠하고

덧칠하듯이 생각은 지저분해지고

쓰거나 그릴수록 맘에 들지 않는다.

성형 중독자나 선풍기아줌마처럼.

종이 위에 투사된 내 얼굴에 하도 많은 덧칠이 되어

어느 게 내 얼굴인지 모르겠다.

계속 남의 얼굴을 가져다 덧씌우고,

남의 얼굴을 따라 변형을 주고.

 

베트남에선 이런 저런 투어를 많이 신청해서

거의 종일 외국인 여행자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들 대부분은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었고,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다 문득,

파운데이션을 꺼내들고 뚫어질 듯 거울을 쳐다보며

매 시간 화장을 점검할 여자들을 떠올리니 헛구역질이 났다.

그건 가끔 내가 쓴 글을 내가 읽다 구역질이 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 욕망으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모습.

무엇보다, 화장하며 거울을 노려볼 때 얼굴에 드러나는

욕심과 욕구와 열망. 아아- .

 

시간당 300ml 집중폭우가 전면 퍼부어댔으면.

그 욕구들 위로.

매일 두 시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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