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하철
추석에도 전동차가 다니고
올 설에도 다녔던 전동차 안에
청소 아주머니 한 마리
철 쓰레받기를 코에 걸고
연초에도 구걸하던 장님
추석에도 흘러흘러 한가득이고
그쯤 달 하나 바스락 일어나
굴러다니던 비닐 봉투 하나
몇 겹 감아 쥐고
기름 냄새 전 냄새 솔솔 쫓아다니고
쫙 빼입은 사람 하나 없고
지난 명절 신었던 신발 다시 보니 반갑고
누구 하나 주머니 바스락거림 없이
잘 구겨진 우주 같고
저 달은 조만간 허기로 사람도 벨 것 같고
일본인 관광객들 피곤해 졸 것 같고
지하철이 여기다 내려라 하기 직전
날아간 새 한 마리
어쩐지 내렸어야 했을 것 같고
사실은 모두 산 사람들이었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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