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겨울이고

무엇보다 월요일이다.

어제는 20년만에 찾아온 강추위였고

오늘도 추위는 20년 전 그대로다.

그리고 오전7시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했고

여전히 어두-캄캄-하길 바랬던 하늘이

기어코 밝아지는 것을 목격해야했다.

장갑에 목도리에 입술보호제에

외출 준비는 다른 계절보다 배로 걸렸고

부리나케 도착한 신림역은 이미

푸짐하게 질러놓은 똥무더기처럼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차있었고

투투투투. 연이어 분사되듯 쏟아져들고 있었다.

이놈의 출근 정말 못해먹겠다.

죽을 맛이다.

하지만 취직 걱정에 머리 빠지고 있는 청춘들은

취업만 할 수 있다면 이 지독한 출근전쟁도

자신은 기꺼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뭔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나.

한겨울에 찾아온 신기루거나

목마른 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만들어낸 마법.

마법 같은 것.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어찌 늙을 수 있나  (0) 2011.03.07
일부의 삶  (0) 2011.03.07
2월 27일  (0) 2011.02.27
첫차  (0) 2011.02.10
권태기  (0) 2011.02.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