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의 삶
사물이나 현상, 사람의 일부만 본다는 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살찌지 않은 여성의 하얀 목덜미를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건
굳이 쫓아가 얼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행복한 일이다.
내 앞에 놓인 자장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 건
굳이 시야를 넓혀 옆 테이블의
탕수육 라조기 세트를 보기 전까지는
흐뭇한 일이다.
일부만 보는 건,
나와 상대방의 유리한 점만 보는 건
어쩌면 삶의 지혜거나
이로운 일일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대부분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거다.
낯선 외국에 나갈 때도
굳이 익숙한 한국친구와 함께
한국 음식과 한국 음악들을 싸가서
내 주위에 친근한 것들을
병풍처럼 둘러두고
빼꼼이 바깥 구경 놀이를 하는 것.
내게 고통을 줄만한 현실
내게 상처를 줄만한 어딘가의 상처
내 에너지를 뺏어갈지 모를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그저 뒷목이 아름다우면
내 주변이 평화로우면
그런가보구나 하고 싶은 마음.
우리 삶에
타인의 삶
타인의 구멍이 들어올 자리는
쉽게 자라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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