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무한도전
친구 집에서 맥주 마시며 놀고있는데
여자PD 한명이 놀러왔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사람을 통해
아직 방송 안 된 이번 주 방송할 무한도전 원본을 가지고 있는데
엄청 재밌다며 보여주었다.
김연아가 누드로 엎드려있고
무한 도전 멤버가 각자 콘돔을 끼고
뒤에서 돌아가며 섹스를 하는데
누가 더 많은 횟수의 피스톤 운동을 하는가를 겨루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진짜 김연아 맞냐고
그리고 도대체 저게 어떻게 방송에 나갈 수 있냐고 목청을 높였다.
뭔가 봐선 안 될 것을 본 듯하고, 격한 분노가 치솟았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그런 날 이상하게 보며
대체 쟤가 왜 저러냐는 반응을 보였다.
며칠 뒤 토요일이 지나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주 무한도전 봤느냐고 물어보았고
본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게 어떻게 방송에 나갈 수 있냐고 격분하자
대부분은 그게 뭐 어떠냐는 반응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건 꿈인가, 하다가
나는 다시 처음 놀던 친구 집을 찾아가
그 PD에게 김연아 무한도전 동영상을 담아 달래서
USB에 담아왔다.
이젠 그전만큼 분한 마음은 들지 않았고
뭔가 잘 보관해야 할 소중한 걸 얻게 된 기분이었다.
나도 점차 이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가 지난밤
6시간에 걸쳐 꾼 꿈인데
깨고 나니 꿈이었네 하는데
그게 또 꿈인
이를 테면 인셉션 방식으로 잠이 깨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 후로는
무한도전의 익살맞은 도전들과 그 뉘앙스가
다르게 보인다.
내가 타당하게 받아들이는 관습들은
과연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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