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우주

 

 

 

야근을 심하게 하거나

주말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점차 우주가 내게로 몰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세상이 다 피곤하거나

혹은 세상에 나만 피곤한 느낌인데

지쳐갈수록 다른 많은 것들을 감지할 힘이 떨어져서인지

간신히 나만을 감지하게 될 뿐이어서

점차 나만 나만 나만 의식해가게 된다.

나의 고통, 나의 피곤, 나의 시간, 나의 세계, 나의 우주.

그러다 보면 점차

주변 사람들이 나의 피로함을 나의 괴로움을

혹은 나의 과로와 희생을 알고 있거나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사평가가 멀지 않았으니

5월엔 특히 근퇴를 유의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하더라도

피로에 몰려 우주가 허리를 맴도는 훌라후프만큼 좁아진 사람들은

아 몰라 몰라 나

자를 테면 잘라

라는 식의 자포자기식 멘트나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근원에는 내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나를 자르겠어? 라는 자아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몸과 정신에 과부하를 견디고 있는 상태고

그의 우주는 쪼그라들 데로 쪼그라들어

자신만을 비추기에도 버거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이란 얼마나 냉정하며,

독립된 우주를 견지해가는지.

결국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 시기 5월에

그닥 일이 없어 눈치가 보여

출근을 일찍일찍 해온 나 같은 사람들이다.

 

우주의 온도는 -270

저마다 자신의 우주를 견디기에도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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