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크리에이터들 중엔
광고 외에 다른 분야 쪽에서의 크리에이티브한 활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사진이야 이미 흔한 거고
자신의 책을 내고자 한다거나(여행 에세이건, 소설이건 또는 어떤 장르건)
전시를 하고 싶어한다거나
독립영화를 만들어보거나
때로 강의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광고가 아닌 다른 쪽에서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 한 가지 쪽으로만 머리 활동을 쏟아내다 보니
균형을 맞추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고.
좀 더 그럴 듯한 다른 이유는,
나에겐 이런 재능도 있어!
라고 자기 자신에게든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든
알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광고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여가 있고
히트 캠페인의 경우엔
자신이 그걸 만들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자들이
고고학 자료인 마냥
십 수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 발견되곤 하는 정도니
매일같이 뭔가를 '창작'하고는 있지만
그러면서도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런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는
윗사람이나 클라이언트의 간섭을 받을 필요도 없고
때때로 내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의 여론이나 팀장의 판단에 따라
다른 아이디어가 진행이 되는 식의
솎아짐 없이 진행해 나갈 수 있으니
아무래도 뭔가 위로가 되는 것이다.
허구많은 직업 중 광고, 그 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를
하려고 했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뭔가를 만들어낼 때의 쾌감은 다들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걸 광고가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어가며
만족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지
'취미활동',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라는 것과 광고회사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처럼
크리에이티브의 자유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광고를 해보기도 전에 광고에 대해 빠삭한 사람들이야
그 점을 알고 있을 테지만
나처럼 맹~ 하니 아무 생각 없이
오 크리에이티브 하는 데구나 했던 사람들은
아 여기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이런 요런 저런 것들을 충족시킨 것들에 한 해 크리에이티브라
하는 거구나 라는 것을 일하면서 뒤늦게 깨닫게 된다.
어쨌거나 일(서비스) 아닌가.
어느 영국인 카피라이터가 쓴 책에도 있는데(이름이 도미니크 게틴스 였던가...)
(난 잘 모르지만 한국에까지 번역 출판 된 걸 보니 잘 나가는 모양이다)
처음 광고회사 들어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이
크리에이티브하라! 인데
신입사원들은 그 말을 곧이 듣고 정말로 크리에이티브 할 때가 많아
골치가 아프다는 말이었다.
원래 쓰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던 듯 싶은데
어째 얘기가 점차,
<크리에이티브>란 단어는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일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닌 듯 싶다.
라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이 일을 좀 더 해가면서
우리 일을 표현할만한 보다 적합한 말을 만들어내든가 해야겠다.
어쨌거나 사전적 의미의 크리에이티브란 말은
우리 일을 설명하기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
광고가 아닌 다른 쪽에서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시도하는 광고크리에이터들은
어쩌면,
자신의 역량이 생각처럼 증폭되지 않는 데에 대한
답답함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째 이쪽 일은
미로와 젖은 숲을 밤새 해매는 것처럼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껏 고민하다 보면
매번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좌절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정말 못하나 싶기도 하고
난 뭔가 확 튈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그저 비슷비슷한 것 같고
그런 와중에 다른 동료들은 전혀 하지 않는 무엇에
시간을 쏟음으로써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엇을 습득하려 하는 건 아닌가
그럼으로써 종래 나는 너희들보다 어쨌거나
더 크리에이티브해 라는 만족감을 얻으려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앞에 말한 모든 생각은
현상을 보고 뒤늦게 꿰맞춘 추측일 뿐이고
굳이 그런 추측들을 이 시간에 하고 있는 이유는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터들은 광고 이외의 뭔가 자기만의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길 즐긴다>라고
한 줄로 끝내기 섭섭해서이다.
어쨌거나
크리에이티브 하고싶어서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곳에 들어간 사람들이
다른 크리에이티브로 위안을 삼는 모습을 보면
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이런 저런.
이런.
저런.
마치 외국인 이름 같구만.
헤이, "이런!" 반가워. 또 만났네.
아, 오늘도 "저런!"을 만나고 말았어...
(그러니까 이런 거.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기교인데('감탄사의 의인화')...
광고에선 도통 써먹을 수가 없으니...
난처한 상황을 만났을 때의 감탄사 "이런~"을 의인화 해서
"오늘 난처한 일이 있었어." 를 "오늘 또 '이런~'을 만났어. 다신 안 보기로 했는데...."라고 표현하는 거 말야
진짜!!!!!!! 언제쯤!!!!!!!!! 가능할까나!!!!!!!!!!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피를 쉽지 않게 쓰면 안 되나? (0) | 2011.04.01 |
---|---|
자택근무 (0) | 2011.03.27 |
카피를 타고 놀자 (0) | 2011.03.10 |
비와 찍지 못한 사진 한 장 (0) | 2011.03.07 |
만원짜리 생각 (0) | 2011.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