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찍지 못한 사진 한 장
비 촬영을 했어.
인쇄 촬영 후 기념촬영이 있었어.
어떤 사람들은 좋다고 찍고
어떤 사람들은 찍기 싫다고 했지.
난 어쩌다 타이밍을 놓치고
사진을 찍지 못했어.
“너 비랑 사진 한 장 찍으러 갈래?”
라고 휴일에 누가 말했다면
난 가지 않았을 거야.
내가 비를 대단히 좋아한 적은 없으니까.
그런데 비와 사진 찍지 못했다는 게
뭔가 기회를 놓친 거 같고
아깝고 그래.
그건 어떤 기회였을까?
그래, 누군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와 찍은 사진을 보여줄 기회,
그럼으로써 “우와”라는 감탄사,
“부럽다”라는 질투형용사를 들을 기회를 놓친 게
아까운 거지.
다시 말하면 비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증거를 통해
비의 후광 효과를 얻고 싶었던 거야.
나 내 일을 좋아하지만 말야.
아- 솔직히 비참해.
비참하다고.
남의 후광을 빌려보겠다는 속셈도 비참하고
여행 다닐 때도 사진에 얽매지 않겠다며
매번 카메라 두고 다녔는데 그건 다 뭐였을까?
난 왜 여전히
제자리인 거냐..
노력하고 있는 데..
누군가와 사진을 찍으면서
이건 좋은 추억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이상해.
사실은 사진을 찍었건 안 찍었건
그 촬영이 좋은 추억이라면 좋은 추억인 거고
좋은 추억이 아니라면 좋은 추억이 아닌 거잖아.
사진을 찍기 때문에 좋은 추억인 게 아니라
좋은 추억이기 때문에 남기고 싶은 거잖아.
사진 빼놓고 생각해보자.
비와 함께한 그 촬영은 어땠지?
좋았다면 좋은 거야.
나빴다면 나쁜 거지.
비는 어땠지?
좋았다면 좋은 거야.
나빴다면 나쁜 거지.
누군가에게 질투 형용사를 한 마디
듣기 위한 기념 사진 한 장.
아우 속 쓰려..
할 만큼
그건 좋은 거였을까?
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문득,
누구한테도 자랑할 일이야 없겠지만
친구들과 만나 사진 한 장 찍자하고싶다.